선인장도 말려 죽여본 적이 있는 게으른 내가,
그래서 당연히 동식물을 키워본 적도 거의 없고 누가 선물하겠다고 하면 손사래를 치던 내가,
시들어가는 아레카 야자를 살리겠다고 분갈이를 해보았다.
1년반 전 쯤에 공기를 정화하겠다고 사다놓은 아레카야자가 얼마전 부터 시들더니,
물을 줘도, 다이소표 식물 영양제를 투여해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나무에 해준 것이라고는 2~3주에 한 번 물을 준 기억밖에 없는,
게으른 주인으로서 너무도 미안한 마음에 분갈이를 하기로 결심했다.
어째든 인터넷으로 주워들은 바 대로, 배양토 10리터, 모종삽를 구입한 후,
베란다에서 화분의 맨 위의 굵은 모래를 살살 따로 퍼서 따로 모아두었다.
분갈이를 하고, 흙 위에 다시 굵은 모래를 올려두면 흙먼지도 날리지 않고 습기가 그나마 날아가지 않는단다.
굵은 모래를 분리한 후 본격적으로 화분을 들어내니 경악할 따름이다.
인터넷상에 글로만 보던 "화분 안에 스티로폼"이 한가득 나왔다.
스티로폼 때문에 뿌리가 화분의 1/2지점 아래로 내리지 못하고, 중간쯤에 뿌리가 돌돌 말려있었다.
표층에서 약 20cm 정도의 깊이 밖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으니, 이 나무가 기우뚱할 수 밖에 없었을 듯 하다.
스티로폼을 그냥 잡아 뜯으면 굵은 뿌리든 잔뿌리든 잘라져서,
조금씩 스티로폼을 부셔가면 뿌리를 다치지 않도록 제거하였다.
스티로폼을 제거하니, 돌돌말린 뿌리엔 흙은 별로 없고 스티로폼만 한 가득이다.
일부 사람들은 화분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일부로 스티로폼을 화분에 넣는다고 한다.
원예는 잘 모르지만, 그럴 바에는 뭐하러 식물을 키우는 모르겠다.
특히 아레카 야자는 환경 유해 물질을 정화하려는 목적으로 많이 키운다.
그 나무의 뿌리에 스티로폼을 한 가득 넣으면 환경유해물질을 정화하기 위해 나무를 키우는 것이 아니고,
환경 오염 물질을 돈주고 사는 것과 같다.
어째든 기존 흙은 최대한 뿌리에서 안 털어내려 했는데, 스티로폼을 제거하다보니 앙상한 뿌리가 다 보인다.
누렇게 변한 줄기를 제거하고, 배양토와 영양제를 주었지만 살아날지는 모르겠다.
얄팍한 상술도 문제지만,
말 못하는 식물일지라도 최소한 자연의 상태를 제공해야하는 것이 인간의 바른 됨됨이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