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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통영 동피랑 ①

여행장소 : 한국 - 통영 동피랑
일      정 : 2008.09.12.
최초후기 : 2008.11.01.


지난 추석, 통영의 동피랑을 갔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아름다운 벽화가 가득한 마을'로 인터넷에서 알려진  동피랑은 이미 동양의 나폴리, 통영의 또다른 아름다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내가 가 본 동피랑은......
그 곳은 동양의 나폴리도 아니고, 한국의 몽마르뜨도 아니었다.

그 곳은 지치고 가난한 사람들의 거친 누울 자리였고,
그 곳을 아름답게만 보려는 외지인들이 마냥 달갑지 보지 않는 현지민들이 사는 달동네였다.


동피랑이란 마을의 어원 조차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른다. 그저 통영의 한 재개발 예정 지역으로 곧 보상금을 받고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하는 동네로만 알려져 있던 곳이다.
그런 곳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7년
10월 '푸른통영21추진위원회'라는 시민단체가 "달동네도 잘 가꾸면 아름다워진다"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상금을 내걸고 공모전을 벌였다. 그러자 젊은 화가들은 골목 담벼락마다 벽화를 그리고 상금을 받아갔다.
몇 번의 방송과 인터넷의 힘을 빌어 이 마을은 통영의 관광 명소가 됐다.

한옥이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건축양식으로 외국인뿐아니라 한국인도 인사동과 북창동으로 우르르 몰려가 한옥의 아름다움을 찬미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없던 몇 년전까지만 해도 북창동에 실제 살던 사람들은 주방에서 허리를 굽히고 재래식 변소에서 볼 일을 보는 불변함으로 북창동을 떠나기도 했던 사람들이다. 그런 북창동 사람들에게 한옥의 미(美)는 힘든 사치가 될 수도 있었다.
동피랑도 마찬가지다.
"북적대는 관광객들이 통영시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낡은 집에 계속 살아야 하는 우리에겐 고통"이라고 어느 주민의 말처럼 한 낮에 동피랑을 가보면, 원주민은 거의 없고 카메라를 맨 젊은 사람들만 우글거린다. 
일부 주민은 재개발이 하루 빨리 성사되어 보상금을 받고 마을을 떠나고 싶어하고, 일부는 서울 철거민처럼 나가봐야 갈 곳이 없다며 그 곳에 계속 머물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렌즈를 통해 본 동피랑은 처절하다는 표현이 과하기는 하지만 아름답다. 
아이러니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