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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est

Photo : 나의 첫 번째 카메라 Nikon FM10

90년대 중반 사진을 찍던 친구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진을 잘 찍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친구가 사진을 찍는 걸 알았을 때 초보자인 내가 보기에 그 친구는 전문가였다.
몇 개의 바디와 많은 렌즈, 그리고 암실 장비까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친구의 영향으로 나도 사진에 입문하게 되었고, 한 때는 미국으로 나는 경영, 그 친구는 사진을 공부하러 같이 가려고도 했다.

세월은 흘러 그 친구나 나나 지금은 거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장소적 여건과 제일 중요한 열정이 부족해졌지만,
한 때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밤새워 미친 듯이 현상-인화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dslr이 보급되어 많은 이들이 마구 셔터를 눌러대지만,
수동식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던 나는 한 컷을 찍기 위해,
구도, 조명, 노출과 심도, 배경, 손떨림 그리고 나의 숨소리까지 생각하고 기다리고 찍었던 기억이 새롭다.
필름 한 롤, 현상, 인화도 돈이 필요하던 시대였지만, 그 보다도 더 생각하며 찍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현상과 인화를 통한 시간과의 싸움-인내와 내가 만족하는 사진을 얻기 위한 고통을 알기에 쉽게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작금의 디카족은 몇 천장, 몇 만장 찍고는 그 중에 잘 나온 것 한 두장 건지면 되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 때의 나는 만족할 만한 단 한 컷을 위한 FM10과의 숨고름을 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하다.


오늘...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정리하다 우연히 그 때 그 카메라가 눈에 띄어 블로그에 포스팅한다.
< 왼쪽이 스트로보우-일명 플래쉬, FM10 바디, 렌즈>

아래 처럼 생긴 카메라가 내 카메라였다.
니콘의 명기 FM2의 보급형으로 바디와 렌즈가 아주 가벼웠다. 강화 플라스틱이라고 ^^;;
요즘 DSLR 중 니콘의 보급기인 D40, D40x 이런 기종도 무척 가벼운데 역시 바디가 마그네슘 등이 아닌 가벼운 플라스틱 계열이라서 초보자나 여성이 쉽게 잡을 수 있는 것들이다. 
지금은 카메라를 잡았을 때 그립감이 좀 묵직한 것이 좋은데, 이 FM10은 당시 너무 가볍고 기동성이 뛰어나 나의 사랑을 무척 듬뿍 받았던 놈이다.

없는 살림(?)에 몇 년간 모아 놓은 세트 였던 걸로 기억한다. 가방은 지금 보니 클라식한게 멋있다. ^^
아마 이 사진이 이 FM10을 팔려고 옥션에 올려놓을려고 찍었던 사진인 것 같다.
이 즈음에 dslr이 점차 필름 카메라를 거세게 몰아세우기 시작한 때로, 나는 경제적 압박으로 부득이 판매했던 기억이 난다.


건전지 AA사이즈가 6개나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나는 SUNPAK 스트로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