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그 소설을 영상화한 영화를 모두 보았을때는 한쪽의 영향으로 다른 한쪽을 폄하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소설 '은교'를 읽고 난 후 영화 '은교'를 본 내가 지금 영화를 폄하하고 싶다 - 정확히는 박해일을 까고 싶다.
예전부터 박해일의 연기를 보면 부풀려진 면이 많았다고 생각해왔다.
'살인의 추억'에서 눈빛연기가 인상적이라고 사람들이 말하지만 나는 그가 동공만 부라렸을뿐 감정이 폭발된 것을 느낄 수 없었다. 그의 연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던 것은 그의 실제 나이와 비슷해던 '작업의 연애의 목적' 이었다.
아쉽게도 영화 '은교'에서 보여준 박해일의 연기는 영화속에서 그가 내뱉은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갈라진 노인 목소리같은 껍데기일 뿐이다.
이슈였던 특수 분장과 성기 노출만이 있었을 뿐, 70대의 노인 '이적요'의 목소리와 눈빛을 담아내지 못 했다. 영화 속의 그는 소설 속의 시인에 미치지 못 했고, 영화 안의 그는 배역에 한 없이 미치지 못했다. 말장난을 하자면 배우로서 미치지 못 했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에 미칠 수도 없었다.
살 빠진 최불암이 노인 이적요 역이었다면 흥행은 실패해겠지만 완성도는 높았을듯 싶다. 역시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는 그 나이, 그 삶을 거쳐야만 하는가보다.
아쉽다, 은교!
p.s.
오히려 첫 연기에 도전하는 '은교' 역의 김고은의 연기가 세 중에 제일 나았다.
10점 만점에 박해일 2점, 김무열 4점, 김고은 7점, 감독의 영상미 7점.